정당방위(正當防衛)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는 위법성이 없어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개념입니다. 즉,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은 범죄가 아니라는 뜻이죠.
하지만 '정당방위'라는 개념이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법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해석되고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정당방위의 법적 요건 (대한민국 형법 제21조)
대한민국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제1항: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 제2항: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情況)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이를 과잉방위라고 합니다.)
- 제3항: 제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驚愕)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이것은 과잉방위 중 특별히 면책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당방위 상황:
-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생명, 신체, 재산, 명예 등 법이 보호하는 모든 이익을 말합니다.
- 현재의 침해: 침해가 지금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하기 직전이거나,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여야 합니다. 과거의 침해나 미래에 발생할 침해에 대한 방위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 부당한 침해: 상대방의 행위가 법적으로 위법해야 합니다.
- 방위 행위:
- 방위의 의사: 침해를 막으려는 목적(방위의사)으로 행위해야 합니다. 단순히 공격의 의사로 맞대응한 '싸움'은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상당한 이유 (상당성): 이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되고 엄격하게 판단되는 요건입니다.
- 필요성: 침해를 막기 위해 해당 방위 행위가 필요했어야 합니다. 즉, 다른 수단으로는 침해를 막을 수 없었거나, 그 수단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어야 합니다.
- 균형성: 방위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상대방의 법익과, 방위 행위로 보호하려는 자신의 법익 사이에 사회통념상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맨손으로 공격하는 상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방위 행위가 침해 행위에 비해 현저히 공격적이거나 위험하다면 상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법익의 균형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경우는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정당방위 관련 논란 및 현실
우리나라 법원은 정당방위의 요건, 특히 '상당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법 감정과 실제 판례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 엄격한 인정 사례: 형법 제정 이후 대법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총 14건 수준). "도둑 뇌사 사건", "최말자 씨 사건(혀 절단 사건)" 등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싸움의 경우: 원칙적으로 서로 침해를 유발한 '싸움'에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일방이 싸움을 중지했거나, 싸움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과도한 공격이 있었을 경우 등 예외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 사회적 요구: 최근 강력범죄 증가와 함께 시민의 자기방어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당방위는 개인의 자기 방어권을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법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정당방위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이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그 인정 요건, 특히 '상당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법 감정과 실제 판례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됩니다.
다음은 정당방위와 관련된 주요 판례들의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1. 정당방위 '불인정' 또는 '과잉방위'로 판단된 대표적인 사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거나, 그 정도를 초과한 과잉방위로 판단되어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된 사례는 많지만, 완전한 정당방위로 무죄가 된 경우는 드뭅니다.
- '최말자 씨 사건' (대법원 1964. 7. 21. 선고 64도292 판결):
- 내용: 강간을 당하던 여성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사건.
- 판결: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중상해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가 혀를 깨무는 행위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방어 행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본 대표적인 판례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 '도둑 뇌사 사건' (대법원 2014. 8. 14. 선고 2014도3367 판결):
- 내용: 빈집에 침입한 도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빨래 건조대 등으로 때려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사건.
- 판결: 법원은 과잉방위로 판단하여 형을 감경했지만, 정당방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도망가려던 도둑에 대한 폭행이 침해의 현재성이 없고, 방위 행위의 정도가 침해 행위(절도)에 비해 현저히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 일반적인 '싸움'의 경우:
- 대법원은 "서로 싸움을 하는 중 가해행위를 한 경우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어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도1491 판결 등). 즉, 쌍방 폭행의 경우 서로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의 태도입니다.
- 예외: 다만, "격투를 하는 자 중의 한 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의 흉기 등을 사용해 온 경우"에는 이를 '부당한 침해'로 보아 정당방위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873 판결).
2. 정당방위가 '인정'된 극히 드문 사례
형법 제정 이후 대법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총 14건 정도). 이 사례들은 주로 침해의 급박성과 방위 행위의 상당성이 명확하게 인정된 경우입니다.
- '묵집 할머니 사건'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
- 내용: 묵집에서 술을 마시던 두 명의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던 할머니가 방어하기 위해 상대방의 다리를 깨물어 상해를 입힌 사건.
- 판결: 할머니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었습니다. 폭행을 당하는 상황의 급박성, 방위 행위의 정도(깨무는 행위)가 신체적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 '검사의 부당한 긴급체포에 대한 변호사의 제지'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
- 내용: 검사가 합리적 근거 없이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긴급체포하려 하자, 변호사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검사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
- 판결: 법원은 검사의 긴급체포가 위법하므로 이에 대한 변호사의 제지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위협받는 딸을 보호하려던 아버지' (서울고등법원 2020. 4. 29. 선고 2019노2213 판결):
- 내용: 야간에 자신의 딸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죽도로 가해자의 머리를 가격하여 갈비뼈 골절상을 입힌 사건.
- 판결: 이 경우 과잉방위이지만, '야간 기타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인한 행위로 보아 형법 제21조 제3항의 '면책적 과잉방위'를 인정하여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정당방위는 아니지만, 자기방어권 인정의 폭이 넓어진 사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최신 동향 및 사회적 논의
최근에는 정당방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함께 판례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원도 정당방위의 '상당성' 판단에 있어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판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침해의 현재성', '방위의 의사', '상당성(필요성 및 균형성)'이라는 엄격한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만 정당방위가 인정되며, 특히 폭력 상황에서의 '싸움' 여부, 방위 행위의 정도 등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