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스미는 시간, 문득 김광석의 흐릿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몇 번이고 곱씹게 되는 이 짧은 구절은, 격렬했던 감정의 잔해처럼 가슴 한켠에 깊숙이 박혀 좀처럼 잊히지 않는 먹먹함을 안겨준다.

 

 

사랑. 설렘과 행복, 따뜻함과 헌신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들로 포장되지만,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서로의 심장을 찌르는 잔혹한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격정적인 끌림으로 시작된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소유욕과 집착, 이해와 존중의 부재로 변질되어 끝없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긴다. 그 아픔의 깊이는 사랑의 크기를 증명하는 훈장이 아니라, 관계의 병들어 있음을 알리는 붉은 신호등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던 것인지 모른다. 상대를 향한 맹목적인 열정은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기보다는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가학적인 형태로 변질되기도 했다. "이만큼 아픈 걸 보니, 우리는 정말 사랑했나 봐"라는 어리석은 믿음은, 관계의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엑셀러레이터와 같았다.

 

진정한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예기치 않은 오해와 갈등으로 인해 마음이 쓰라릴 수도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고통과 상처를 반복하는 관계, 서로를 갉아먹고 파괴하는 사랑은 그 본질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건강한 사랑은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고, 힘든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법이다.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결국 뿌리가 약해 쉽게 시들거나, 흉터만을 남긴 채 메마른 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 구절은 과거의 아팠던 사랑에 대한 후회와 깨달음일 수도 있고, 현재 힘겨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냉철한 조언일 수도 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랑을 찾아 나설 용기를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이 구절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나간 아픔은 과거의 그림자일 뿐,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랑은 부디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포근한 행복을 선사하는, 진정한 사랑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더 이상 아픔으로 얼룩진 사랑에 우리의 소중한 감정을 낭비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