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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경제&재테크

확실성 효과

by 진02Jin02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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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결정을 내립니다. 경제 활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투자, 소비, 저축 등 모든 경제적 행위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기대 효용(Expected Utility)'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가정합니다. 즉, 각 선택지가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확률을 곱하여 기대되는 가치를 계산하고,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선택지를 고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전통적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이지 않으며, 인지적 편향에 의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는 것이죠. 그중 하나가 바로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입니다.

 

 

확실성 효과란?

확실성 효과는 사람들이 불확실한 결과보다 확실한 결과에 대해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결과가 100% 확실할 때, 그 가치를 실제 기대값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이는 0%의 확률에서 작은 확률(예: 1%)로 바뀌는 것과, 99%의 확률에서 100%의 확률로 바뀌는 것 사이의 심리적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확실성 효과의 예시: 알레의 역설(Allais Paradox)

확실성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모리스 알레(Maurice Allais)가 제시한 '알레의 역설'입니다. 다음 두 가지 선택 상황을 고려해 봅시다.

 

선택 상황 1:

  • A: 100만 달러를 확실히 얻을 확률 100%
  • B: 100만 달러를 얻을 확률 89%, 500만 달러를 얻을 확률 10%, 아무것도 얻지 못할 확률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A를 선택할 것입니다. 기대 효용 이론에 따르면 A의 기대값은 100만 달러, B의 기대값은 달러입니다. B의 기대값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확실한 100만 달러를 선호합니다. 이는 확실성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선택 상황 2:

  • C: 100만 달러를 얻을 확률 11%, 아무것도 얻지 못할 확률 89%
  • D: 500만 달러를 얻을 확률 10%, 아무것도 얻지 못할 확률 90%

이 상황에서 기대 효용 이론에 따르면 C의 기대값은 달러, D의 기대값은 달러입니다. 따라서 D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실제 실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D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기대 효용 이론에 따르면, 선택 상황 1에서 A를 선택했다면, 선택 상황 2에서는 C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알레의 실험 결과는 이와 모순됩니다. 이는 사람들이 기대 효용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 중심에 바로 '확실성 효과'가 있습니다. 100%라는 확실한 확률을 가진 A의 매력이 B의 높은 기대값을 압도한 것입니다.

 

 

확실성 효과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확실성 효과는 다양한 경제 현상에서 관찰됩니다.

  • 보험 가입: 사람들은 낮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큰 손실을 확실하게 회피하기 위해 기꺼이 보험료를 지불합니다.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한 손실을 확실한 (작은) 지출로 바꾸어줌으로써 확실성 효과를 충족시킵니다. 기대값만 보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이득일 수 있지만, 확실성 효과로 인해 보험 가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금융 상품 선택: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불확실한 위험 자산보다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 보장이 되는 예금이나 확정 금리 상품 등 '확실한' 금융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불황기나 경제 위기 시기에 이러한 확실성 효과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 할인 판매 및 프로모션: "100% 환불 보장", "무조건 증정"과 같은 문구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이득을 제공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불확실한 할인 혜택보다 확실한 혜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 협상과 계약: 불확실한 미래의 이득을 위해 현재의 확실한 손실을 감수하기보다는, 당장의 확실한 이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더라도, 확실한 합의금을 받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확실성 효과를 넘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확실성 효과는 우리의 인지적 편향 중 하나이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판단을 초래하여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를 인지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기대값에 대한 명확한 이해: 특정 선택지가 가져올 수 있는 결과의 기대값을 정확히 계산하고, 이를 확실한 결과와 비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확실성에 현혹되지 않고, 실제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확률에 대한 정확한 인식: 0%와 1%의 차이, 99%와 100%의 차이가 심리적으로는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수학적인 차이는 동일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확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위험에 대한 태도 재고: 자신이 위험 회피적인지, 위험 추구적인지 파악하고, 자신의 위험 선호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절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확실성 효과는 특히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장기적인 관점 유지: 단기적인 확실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확실성을 추구하다가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확실성 효과는 인간 본연의 심리적 특성이지만,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은 우리의 경제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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