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빈목(西施矉目)
중국 월(越)나라의 미인 서시(西施)가 가슴앓이로 눈살을 찌푸렸던 바, 어떤 추녀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 아름다운 줄 알고 자기도 눈살 찌푸리기를 일삼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버렸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옳고 그름과 착하고 악함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비유하여 '효빈(效)'이라고 말한다. 서시효빈(西施效)·서시빈목(西施目)·서시봉심(西施捧心)과도 같은 말이다.
이 고사는 《장자(莊子)》〈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랬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이것을 보고 그 어여쁜 데 감탄하여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의 부자는 이것을 보고 굳게 대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은 이것을 보고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염두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을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고사는 원래 공자의 제자인 안연(顔淵)에게 노(魯)나라의 악사장(樂師長)인 사금(師金)이 한 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이 장은 사금의 말을 빌려서 장자(莊子)가 공자의 상고주의(尙古主義)를 '외형에 사로잡혀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한 것이다. 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왕조(周王朝)의 이상정치(理想政治)를 그대로 노(魯)나라와 위(衛)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빈정대어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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