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원가 효과

경제학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하며, 미래의 선택은 오직 미래의 비용과 편익에 기반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이미 지불되었고 회수할 수 없는 비용, 즉 '매몰원가(Sunk Cost)'가 미래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매몰원가 효과(Sunk Cost Effect)' 또는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합니다.

 

 

1. 매몰원가란 무엇인가?

매몰원가는 이미 지불되었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표를 이미 구매했지만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지불한 영화표 값은 매몰원가입니다. 이 돈은 영화를 계속 보든, 도중에 나가든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몰원가는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고려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래의 의사결정은 오직 지금부터의 추가 비용과 추가 편익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2. 매몰원가 효과의 발생 원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매몰원가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원인은 주로 다음과 같은 인지적 편향과 심리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손실 회피(Loss Aversion):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을 훨씬 더 크게 느낍니다. 이미 투자한 매몰원가를 포기하는 것은 그 투자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손실'로 인식됩니다. 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비합리적으로 추가 투자를 하거나, 좋지 않은 상황을 지속하는 선택을 합니다.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 정당화 욕구: 자신의 과거 의사결정을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내가 이만큼 투자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내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생각하여, 비합리적인 추가 투자를 통해 과거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하려 합니다.
• 완료 편향(Completion Bias): 시작한 일은 끝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나 목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수록 이를 중단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 미래 편향된 사고의 어려움: 사람들은 과거의 행동에 얽매여 미래의 기회비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지불된 비용에 대한 미련이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게 합니다.

3. 매몰원가 효과의 경제학적 함의와 사례

매몰원가 효과는 개인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기업 전략, 공공 정책 등 다양한 경제 주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 기업 경영:
  • 실패한 프로젝트의 지속: 기업이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투입된 자원 때문에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결국 더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 비수익 사업부 유지: 과거에 많은 투자를 했던 사업부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투자금 때문에 사업부를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소비자 행동:
  • 재미없는 영화 계속 보기: 영화표 값(매몰원가) 때문에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억지로 보는 경우. 합리적으로는 영화관을 떠나 다른 유익한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맛없는 음식 억지로 다 먹기: 비싼 돈을 주고 시킨 음식이 맛없는데도,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다 먹는 경우. 이는 포만감만 높이고 만족도는 낮춥니다.
  • 오래된 옷 버리지 못하기: 고가에 구매한 옷이 더 이상 유행에 맞지 않거나 입지 않는데도, 구매 가격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옷장에 쌓아두는 경우.
• 공공 정책:
  •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국책 사업: 초기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비용이 발생하고 경제적 타당성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투입된 예산과 정치적 압박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콩코드의 비극'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개발은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었으나 경제성이 없어 결국 상업적으로 실패했습니다.)
  • 실패한 전쟁의 지속: 전쟁에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한 후, 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손실'로 인식되어 전쟁을 쉽게 끝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매몰원가 효과 극복 방안

매몰원가 효과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 '지금부터'의 관점 유지: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항상 "지금부터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거의 비용은 무시하고 미래의 추가 비용과 추가 편익만을 고려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객관적인 평가: 감정적인 애착이나 과거의 투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손실 인정의 용기: 때로는 손실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의 투자나 기업의 구조조정 결정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 의사결정자 분리: 초기 투자 결정자와 프로젝트 중단 결정자를 분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초기 결정자가 자신의 판단 오류를 인정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매몰원가 효과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강력한 개념입니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면 매몰원가를 무시하고 미래의 기회비용만을 고려해야 하지만,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는 종종 이 오류에 빠지곤 합니다. 매몰원가 효과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개인과 조직은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